들어가기 전에
블로그를 시작하고 기록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면서 매년 상반기, 하반기에 대한 회고록을 작성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치열한 현대 사회를 겪어 나가느라(보다는 그냥 귀찮아서) 늘 그렇듯 또 미뤘다! 상반기는 6월까지니 따지고 보면 2개월이나 밀린 글을 이제야 쓰는 셈이다. 어찌 됐건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서 하나씩 정리해 보겠다.
무슨 일들이 있었나?
어디 떠들고 싶지 않은 사생활을 제외하고 가장 큰 키워드를 추려보면 이사, 이직을 해냈다. 연고지가 없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큰 결정을 하면서 가구, 가전, 인테리어를 알아본다고 2월부터 정말(x2) 바빴던 것 같다.
키우는 고양이도 한 마리 더 늘면서 합사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마냥 단순하고 착한 줄 알았던 첫째 고양이는 알고 보니 초예민 인파이터였고, 새로 들어온 둘째와 생각처럼 친해지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사 오니 오히려 둘 다 사이가 좋아졌다. 새로운 영역이다 보니 둘 다 낯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성묘 합사는 암컷 수컷에 관계없이 정말 힘들다. 합사 하자마자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한 것은 고양이가 영역동물이라는 걸 간과한 못난 인간의 과오였다 🙃
어쨌든, 4월에 짐 정리가 끝날 때까지 택배 지옥과 서류 지옥에서 허우적거렸다. 어떻게 보면 이때 출근을 하고 있지 않는게 감사할지경이었다. 종이를 너무 많이 만졌더니 손이 다 까져서 주부습진마냥 벗겨지기까지 했다.
이 때 (불성실하고 게으른 나를 인지하지 못하고) 정보보안기사를 같이 보겠다는 미친 생각을 했는데, 이사오니까 앉아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더라 😳 결국 열흘정도 벼락치기를 하고 아직도 못 붙었다. ㅋㅋㅋㅋㅋ 올해 안엔 따겠지 ~라는 긍정 회로를 돌리고 있는데 이직하니 공부할게 쏟아져서 과연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에 필기 만료될 때 까진 계속 시험은 볼 것 같다.
4월에 어느 정도 집 정리가 끝나고 나서부터는 미뤄놨던 프로젝트들을 마무리하고 이력서를 수정해서 여기저기 뿌렸다.
경력직이라 이직하기 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정말로. ( 정확히 말하면 눈이 높았던 것도 맞다 🤭🤭🤭) 내가 이직할 때 중요하게 본 것은 도메인(흥미로운 도메인인가? 혹은 대량 트래픽을 겪을 수 있는가?), 사용하는 스킬 셋, 개발환경(무조건 mac OS)이었는데 세 개가 동시에 맞는 회사가 흔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가고 싶은 회사에서 나를 안 뽑아준 것도 맞다 😅
또 쉬면서 꾸준히 하던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연말에 다 같이 삿포로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거기서 멋있게 한 마디라도 하는 게 목표다.
블로그 주제가 아무래도 개발 관련 글이 많다 보니 이직관련해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4년 차 주니어 웹 개발자, 중소에서 대기업 이직 성공기
2023년 6월, 약 4년간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4년 동안 배운 것도 많았고 고마운 분들이 많은 회사였지만 아무래도 중소기업의 한계에서 오는 인력난은 잦은 야근을 불러왔고, 매일 있는 야근은 사람을 병들게 했다. 막판에는 오후 7시에 재출근을 하는 미친 스케줄을 소화했던 기억이 난다.
몸과 마음이 병들었고, 그렇다 보니 내가 개발 분야 일을 하면서 평생 먹고살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분명히 대학교에서 전공과목으로 배울 때는 꽤 재밌게 했던 것 같은데,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관두고 나왔다. ㅎ 원래는 9월까지 다니고 환승 이직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3개월 더 다닌다고 뭔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사직서를 쓰고, 2~3개월간의 휴식기를 보낸 뒤 본격적으로 이직시장에 나와서 나의 가치를 판단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 셋은 가고 싶은 회사들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렇다 보니 이력서를 보고 합격 전화가 오는 곳들은 당연히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소위 말하는 물경력인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어떻게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전 직장에서 배운일이 마냥 쓸모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위 말해서 이직 시장에서 매력적이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연락 오는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고 싶은 회사에 나를 증명하기 위해 하나씩 일을 벌였다.
- 개인 github 정리
우습게도 이전 회사의 소스코드를 정말 대단한 양심덕에 단 한 줄도 기록하고 나오지 않았다. 사실 좀 오래된 스킬 셋을 가지고 있었던 회사라 들고 나와도 썩 도움 되진 않았을 것 같긴 하지만 이건 정말 멍청했다. 따라서 나는 23년 10월부터 대학교 이후로 방치되어 바싹 말라버린 개인 github 업데이트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
부트 캠프라도 참여해야 하나? 싶었지만, 부트캠프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굳이 몇 개월간 시간을 낼 필요성을 못 느꼈다. 어떻게 보면 프로젝트를 정해진 기간 내에 강제로 해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은 맞지만 중고신입도 아니고, 경력직 이직인데 오히려 이력서 작성에 포함되면 독이 될 수 도 있다고 생각해서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인프런에 있는 강의들을 활용해서 개인 토이프로젝트들을 몇 건 진행했다.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 실제 사용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간단한 CRUD 구현 수준이더라도 이력서에 추가했다. 그 외에도 공부한 내용들은 꾸준히 커밋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대신 변경사항이 없는데 단순히 잔디 관리 한다고 커밋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개인 소스 관리용인데... 초록색 잔디 관리에 만족감을 느끼는 편도 아니라서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 블로그 개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일중에 일위다. 지인 추천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글 하나 쓰는데 솔직히 시간이 적게 드는 것은 아니지만, 쌓여가는 글들은 성실함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지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같이 숏츠 미디어 도파민에 절여진 뇌는 점점 글을 쓰고 읽는 습관들을 없애는데 한몫하는데, 블로그 글을 쓰면서 보다 조리 있게 문서 작성하는 능력도 얻었다.
아무튼, 공부했던 강의 내용이나 스터디 진행 내용, 그 외에 토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록하면 좋을 것들을 글로 남겼다. 공백기가 점점 길어질 때 내가 작성한 블로그 글들은 내가 무엇을 하면서 보냈고 어떤 사람인지 증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개발자들이 자주 보는 커뮤니티 눈팅
취준 하면서 주로 커리어리나 벨로그를 많이 봤다. 오키는 좀 올드한 느낌이 있었고, 티스토리는 뭔가 벨로그처럼 최신 글을 모아주는 메인 사이트가 부재해서 보기가 힘들었다. ( 그럼에도 내가 티스토리에 글을 쓰는 이유는 벨로그의 답답한 텍스트 에디터다. 직관적으로 쓰기에는 티스토리가 정말 편하다 ) 그리고 거기서 읽어 본 내용 중에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공부해서 정리했다. 그중 나중에 보면 분명히 까먹을 것 같은 것들은 블로그 글로 정리하고, 진행하고 있던 스터디 그룹에 공유했다.
- 기초는 정말 중요하다
공부하면서 느꼈던 게 내가 의외로 기초적인 부분을 생각보다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Java의 정석 3판을 사서 총 두 번 완독 했다. 스프링도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냥 잘 돌아가니까 쓰고 있었던 것들이 많았어서 인프런에서 김영한 강사의 스프링 기초부터 고급 수준까지 강의를 들으면서 정리했다. 정말 모르는 게 많았고 공부할수록 할게 더 느는 멋진 현상을 겪였다 😭
이때 절망의 계곡을 맛봤던 것 같다. 지금도 물론 맛보고 있다.
- 자격증 취득
이건 사실 이직할 때 도움이 된 것 같진 않은데, 그냥 공백기에 나 뭐 했다 ~ 하는 증빙용으로 취득했다. 아무래도 기초적인 자격증도 없었다 보니, SQLD와 정보보안기사, 정보처리기사를 응시했다. SQLD랑 정보처리기사는 한 번에 붙었는데, 정보보안기사는 실기 불합격을 두 번 하는 바람에 아직 합격증은 없다 ㅋㅋㅋ ( 아 정보처리산업기사는 있었는데 개정 됐다고 해서 겸사겸사 다시 봤다 ) 근데 의외로 정보보안기사에서 배웠던 내용이 지금 회사에서 정말 많이 나온다. 정말 공부해 둔 내용은 다 쓸모가 있다고 느꼈다.
- 코테가 과제형인 곳 위주로 이력서 제출
보통 이직 준비하면서 코테 준비를 많이 하는데, 나는 알고리즘은 정말 풀기 싫었다.
이미 벌려 놓은 일들을 하기에도 하루하루 모자란데 알고리즘까지 하려니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들어서 알고리즘은 과감히 포기하고 과제형인 곳들에 이력서를 넣었다. 이게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됐다. 가끔 피드백을 주는 회사들도 있었고, github으로 제출하는 곳들은 다른 지원자들의 소스가 오픈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잘한 사람 코드를 들고 내가 짠 것과 비교하면서 리뷰를 엄청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코테를 알고리즘 대신 과제형으로 제출한 회사다. 사실 알고리즘을 준비 안 하면 지원할만한 곳들이 확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벼락치기가 아니라 미리 해놓을걸 하는 후회가 있었던 부분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처참했다 ㅋㅋㅋ 원티드에서는 51개 지원 51개 불합, 점핏에서는 18개 지원 17개 불합 했다
총 69개를 지원했고 그중에서 한 개 외엔 다 떨어진 셈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회사 공홈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예외다.) 중간에 회사 규모만 보면 괜찮아 보이는 곳들에서 헤드헌팅도 왔지만 거절했다. 나는 자사 서비스가 있거나, 도메인이 끝장나게 재밌어 보이거나, 혹은 대규모 트래픽을 겪어볼 수 있는 곳을 원했는데 그런 곳은 딱히 없었다. ㅎ
당연하다. 객관적으로 딱히 나는 이직시장에 매력적인 인재가 아니었으니 연락이 안 온 것이다. 불경기다 뭐다 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다 잘 가더라...
내 기억이 맞다면 서류는 12개 통과했고 면접에 참여한 것은 9개, 그중에서 1차(코테, 기술면접 등)에서 떨어진 것은 6개, 나머지 두 개는 최합 하고 하나는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 원티드
- 점핏(사람인)
취업한파라서 그런가? 아무튼 쉽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 큰 인프라 규모가 있는, 누구나 들으면 알정도의 자사 서비스가 있는 회사로 이직에 성공했다. 중소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나니까 느낀 건데, 정말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작은 점 수준이었다. 공부할게 정말 산더미다. 앞으로 블로그에 폭풍업데이트가 시작될 것 같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깨달은 점은 개발자는 정말 게을러지면 안 되는 직종이라는 것이다. 너무 게을렀고 우매했다. 배울게 이렇게 산더미 같은데, 4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후회도 됐지만 어쨌든 앞으로는 나한텐 우상향만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련다!
취미 생활
이직하고 가장 좋은 점은 드디어 워라밸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다! 개인 공부도 공부지만 JLPT를 공부할 여유가 생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연말에 가족여행에서 현지인과 스몰토크정도는 해보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는지...
쉬고 있던 수영도 어제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했더니 체력이 안 따라줘서 조금 하다가 나왔지만... 20~30분 조금 했다고 온몸이 아프다... 내일 출근인데... 아무도 하라고 강요 안 했는데 스스로 찾아서 하고 고통받는 게 제법 웃기지만 갓생을 살아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 🤭🤭🤭
깨달음의 오르막을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해서 발전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상반기 회고를 마친다. 나 그래도 제법 성장 했다!